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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가 전국에서 가장 잘사는 광역자치단체인데 재정 위기라는 말이 나온다면 믿어지십니까? 평택에 살면서 삼성전자 공장이 보이는 동네에서 그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구체적인 숫자를 들여다보니 이게 단순히 누군가의 잘못으로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세금이 어디서 걷히고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구조가 보입니다.
경기도 재정구조,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제는 달랐습니다
2024년 8월,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기자회견에서 "재정 비상 상황"이라는 표현을 꺼냈습니다. 그러면서 기존에 짜놓은 예산에서 7,700억 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 발표를 듣고 제가 처음 든 생각은 "경기도가 왜?"였습니다. 평소에 길을 다니면 고덕신도시, 브레인시티 개발 현장이 눈에 들어오고, 아파트도 계속 올라가고 있거든요. 개발이 활발한 곳이 이렇게 곳간이 비어 있다는 게 선뜻 와닿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경기도의 지역 내 총생산(GRDP)은 2024년 기준 전국 1위입니다. 여기서 GRDP란 특정 지역에서 1년간 생산된 부가가치의 합계로, 쉽게 말해 그 지역 경제의 총규모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서울보다도 높은 수치인데 재정이 부족하다는 것은 분명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는 뜻입니다.
취재 내용을 들여다보니 핵심은 경기도 세입의 50%를 차지하는 취득세였습니다. 취득세란 토지나 건물을 취득할 때 납부하는 세금으로, 부동산 거래량에 비례해 걷힙니다. 2021년 코로나 이후 유동성 급증 시기에는 경기도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14만~15만 건에 달했고 취득세 수입도 10조 9천억 원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2024년 들어 거래량이 11만 9천 건으로 줄면서 취득세 수입은 7조 원대로 떨어졌습니다. 이건 누구 한 명을 탓할 수 있는 숫자가 아닙니다(출처: 경기도청).
일각에서는 이전 지사 시절 신설된 기회소득 사업이 재정 악화의 원인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기회소득이란 신진 예술인, 장애인 등 특정 대상을 선별해 현금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과는 철학적으로 다릅니다. 2023년 547억 원에서 2025년 1,300억 원으로 늘긴 했습니다. 그러나 도지사가 한 해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예산 3조 8,317억 원의 3.4%에 불과합니다. 제가 숫자를 직접 계산해 봤을 때, 이것만으로 재정에 구멍이 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 경기도 세입의 50%는 취득세로 구성, 부동산 거래량과 직결
- 2021년 취득세 수입 10조 9천억 원 → 2024년 7조 원대로 감소
- 전체 복지 예산 포함 경기도 총예산은 2021년 32조에서 2025년 42조로 증가 (인구 증가·고령화 반영)
- 기회소득 예산은 재량 예산의 3.4% 수준으로 재정 위기의 직접 원인으로 보기 어려움
세수감소의 진짜 이유, 경기도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번 내용을 따라가면서 가장 놀랐던 지점이 여기입니다. 재정 위기를 선언한 곳이 경기도만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인천, 대전, 제주도도 비슷한 상황이었거든요. 인천 박찬 시장은 취임 열흘 만에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하고 인천 이음 캐시백 사업을 중단했습니다. 대전 허태정 시장은 취임사에서 곧바로 예산 부족을 거론했고, 공무원 초과근무 수당을 삭감하고 공사 중이던 트램 사업도 멈춰버렸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광역단체들이 비슷한 시기에 같은 말을 꺼낸다면, 공통된 원인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 원인이 바로 지방교부세 감소였습니다. 지방교부세란 국가가 내국세(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에서 일정 비율인 19.24%와 종합부동산세 전액을 지방에 배분하는 재원입니다. 쉽게 말해 중앙정부가 걷은 세금 일부를 지역 살림에 보태주는 돈입니다. 이 교부세가 줄어들면 지방자치단체들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법인세를 인하했습니다. 2022년까지는 최고 세율 25%였던 법인세가 24%로 1% 포인트 낮아졌습니다. 법인세는 기업이 번 돈에 누진적으로 부과하는 세금으로, 세율이 낮아지면 기업 납부액이 줄고 국가 세수도 함께 줄어듭니다. 실제로 2022년 103조 6천억 원이었던 법인세 세수는 2024년 62조 5천억 원으로 급감했습니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로 인해 2024년 기준 지방교부금이 약 4조 2천억 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나라살림연구소).
경기도는 소득 수준이 높아 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 단체입니다. 그러나 경기도 소속 31개 시군은 교부세를 받습니다. 시군의 재원이 줄어들면 경기도가 대신 도비를 투입하거나 사업을 떠안는 구조가 되는 겁니다. 게다가 종합부동산세 완화,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하까지 겹치면서 지방으로 내려오는 재원 전체가 줄어든 셈입니다. 정치적 판단을 떠나 숫자만 놓고 보면 이건 구조적인 타격이었습니다.
과세개편 논의, 숫자 뒤에 숨은 진짜 질문
이재명 정부는 2026년부터 법인세 명목 세율을 1%포인트 인상해 윤석열 정부의 감세를 되돌렸습니다. 내국세 규모가 커지면 지방교부세도 늘어나 지자체 살림에 숨통이 트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도 입장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추미애 지사가 재정 위기를 선언한 뒤 꾸린 TF에서 제시한 목표 중 "AI 시대 세입 확충"과 "연대와 협력"이라는 두 가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부도 직전이라는 집에서 갑자기 AI 얘기를 꺼낸 이유가 있습니다. 경기도 남부에는 삼성전자(수원·화성·평택)와 SK하이닉스(용인)가 있고, 이들 사업장이 있는 시군의 법인지방소득세 수입은 어마어마합니다. 법인지방소득세란 기업이 지방세로 납부하는 소득세로, 현행법상 해당 사업장 소재 기초자치단체에만 귀속됩니다. 화성시 한 곳에서만 4천억 원대가 걷히는 구조입니다.
추 지사가 주장하는 것은 이 법인지방소득세를 도세로 전환하거나 공동과세 방식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공동과세란 특정 세목에서 걷힌 세금을 여러 지자체가 나눠 갖는 방식입니다. 서울시는 이미 2008년부터 재산세를 공동과세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강남구·서초구 등에서 걷힌 재산세의 50%를 특별시세로 돌려 25개 자치구에 재배분하는 구조입니다. 2010년 강남구와 서초구가 재정자립권 침해를 주장하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했지만, 헌재는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살펴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채무의 성격이었습니다. 추 지사가 주장하는 경기도 채무 7조 원 중 6조 원가량은 지역개발기금 채권입니다. 이는 자동차 구매 시 의무 매입하게 되어 있는 정부 발행 채권으로, 낮은 이자로 자금을 조달하는 수단입니다.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이는 악성 채무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예산 대비 채무 비율도 2024년 기준 11.95%로, 행정안전부가 주의를 줄 수 있는 기준선인 25%에 한참 못 미칩니다. 서울시가 같은 기준으로 20%인 점을 감안하면 법적 의미의 재정 위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이 과세개편 논의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저는 무조건 옳거나 그른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정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세금을 넓게 나눠 쓰자는 논리는 형평성 측면에서 설득력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감시하는 체계가 함께 갖춰지지 않으면, 재원 배분 구조를 바꾸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결국 재정은 숫자가 아니라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누가 쓰느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경기도 재정 위기가 진짜 부도 수준인가요?
A. 법적 기준으로 보면 재정 위기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주의 조치를 내리는 예산 대비 채무 비율 기준은 25% 이상인데, 경기도는 2024년 기준 11.95%입니다. 일반적으로 재정 위기라는 말이 쓰이지만, 제가 숫자를 확인해보니 법적 의미의 위기와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Q. 법인세 인하가 왜 경기도 살림에 영향을 미치나요?
A. 지방교부세는 내국세의 19.24%와 종합부동산세 전액을 재원으로 합니다. 법인세가 줄어들면 내국세 전체 규모가 작아지고, 그만큼 지방으로 내려오는 교부세도 줄어듭니다. 경기도 본청은 교부세를 받지 않지만 소속 31개 시군은 받기 때문에 간접적인 영향이 발생합니다.
Q. 공동과세란 무엇이고, 서울에서는 어떻게 운영되나요?
A. 공동과세란 특정 세목의 수입을 여러 지자체가 나눠 가지는 방식입니다. 서울시는 2008년부터 각 자치구가 걷는 재산세의 50%를 특별시세로 통합한 뒤 25개 자치구에 재배분하고 있습니다. 강남·서초구가 헌재에 제소했지만 합헌 판결이 나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Q. 취득세가 경기도 재정에서 왜 이렇게 중요한가요?
A. 취득세는 경기도 지방세 수입의 절반을 차지합니다. 부동산 거래가 활발할수록 세수가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2021년 거래 호황기에는 10조 9천억 원이 걷혔지만, 금리 인상 이후 거래가 줄면서 2024년에는 7조 원대로 내려왔습니다. 이 하락폭이 경기도 세입 감소의 핵심 원인입니다.
Q. 법인지방소득세를 도세로 바꾸면 기초자치단체는 어떻게 되나요?
A. 현재 법인지방소득세는 해당 사업장이 있는 기초자치단체에 귀속됩니다. 도세로 전환되면 화성시나 용인시처럼 대기업 사업장이 많은 시의 세수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재원 배분의 형평성 논리와 기초단체의 재정 자립 논리가 충돌하는 지점이어서 단순히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결론
경기도 재정 문제를 처음 접했을 때는 누군가의 과소비 탓이거나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세금 구조를 따라가 보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취득세 급감, 내국세 감소로 인한 지방교부세 축소, 인구 증가에 따른 복지 지출 증가가 겹치면서 생긴 구조적인 문제였습니다. 경기도만이 아니라 인천, 대전, 제주도까지 비슷한 상황에 처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법인지방소득세 과세개편 논의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부분입니다. 다만 제가 중요하게 보는 것은 재원이 어디로 가느냐 못지않게, 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를 주민들이 실제로 확인할 수 있는지입니다. 평택에서 삼성전자 공장 굴뚝을 매일 보고 지내는 입장에서, 그 기업에서 나오는 세금이 어떻게 지역 생활과 연결되는지 앞으로도 눈여겨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