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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가 S&P 100 지수에서 퇴출됐습니다. 18년을 버텨온 자리입니다. 솔직히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나이키가 무너진다는 말은 왠지 코카콜라가 편의점에서 팔리지 않는다는 말처럼 비현실적으로 들렸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하나씩 들여다보니, 이건 단순한 지수 조정이 아니었습니다. 한 시대를 지배했던 기업이 왜 이 자리까지 오게 됐는지, 그 이야기가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있었습니다.
DTC 전략, 처음엔 그게 맞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2020년, 나이키는 새 CEO를 맞이합니다. 베인 앤 컴퍼니 컨설턴트와 eBay CEO를 거친 디지털 전문가 돈 도나호였습니다. 신발 한 켤레 만들어본 적 없는 IT 출신 경영자의 발탁 자체가 이미 신호였는지도 모릅니다.
도나호 CEO가 꺼낸 카드가 바로 DTC(Direct-to-Consumer) 전략이었습니다. DTC란 풋락커나 ABC마트 같은 중간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자사 매장과 온라인 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입니다. 중간 마진을 없애고 소비자 데이터를 직접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시 유통업계 전체가 주목하던 전략이었습니다.
저도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꽤 합리적으로 들렸습니다. 직접 파니까 마진이 높아지고, 데이터도 쌓이고. 거기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겹치면서 온라인 소비가 폭발했습니다. 2021년 6월 나이키는 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96% 증가, 순이익은 291% 급등했다고 발표했고 시장은 환호했습니다(출처: CNBC). 도나호가 나이키를 구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숫자를 다시 들여다봤을 때,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터진 숫자였습니다. 오프라인이 막힌 시기에 온라인 매출이 올라가는 건 나이키만의 성공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나이키는 이 숫자를 전략의 증명으로 읽었고, 기존 유통업체 30%가량과 거래를 아예 끊어버렸습니다. 자포스, 메이시스, 어반아웃피터스 같은 미국 대형 유통 파트너들도 납품 중단 대상이 됐습니다.
- 아마존 철수 결정(2019년): 프리미엄 이미지 유지를 명분으로 가장 큰 온라인 판매 채널을 스스로 닫음
- 유통 파트너 30% 이상 계약 종료: 소비자가 나이키를 비교·체험할 접점을 대폭 축소
- 자사 앱·직영 매장 집중 투자: 단기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재고 관리 부담이 고스란히 나이키에 전가됨
1등의 함정, 가장 위험한 순간은 잘나가던 그때였습니다
제가 시장을 볼 때 오래 가졌던 버릇이 있습니다. 차트가 올라가고 있으면 그 기업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나이키 이야기를 쭉 따라가면서 그게 꽤 위험한 착각이었다는 걸 실감하게 됐습니다.
화려한 숫자 뒤에서 균열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는 팔리지 않은 재고가 쌓이기 시작했고, 직접 떠안은 온라인 물류비용이 수익성을 갉아먹었습니다. 그런데도 도나호 CEO는 주주들에게 "핵심 사업 계획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브랜드 파워에 대한 자신감이 위기 신호를 덮어버린 셈이었습니다.
더 뼈아팠던 건 제품 혁신이 뒷전으로 밀렸다는 점입니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소량만 풀어 리셀 시장의 프리미엄을 노리고, 색깔과 소재만 바꾼 재발매 제품으로 화제성을 이어가는 데 집중했습니다. 반면 러닝화나 농구화의 기능성 R&D는 상대적으로 소홀해졌습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나이키가 무엇을 팔지가 아니라 어디서 팔지에만 집착하다가 브랜드의 본질을 잃었다"라고 짚었고, 저도 이 평가가 정확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는 고스란히 경쟁사로 넘어갔습니다. 나이키가 스스로 비워준 매대를 온(On)과 호카(HOKA) 같은 신흥 러닝화 브랜드가 발 빠르게 채워 넣었습니다. 시장 점유율(Market Share)이란 결국 소비자가 선택하는 비중입니다. 나이키가 소비자를 만날 기회를 줄이는 동안, 경쟁사들은 그 기회를 두 손으로 받아챘습니다. 아식스와 뉴발란스도 반사이익을 누렸고, 이들의 주가는 몇 년 사이 80~100% 이상 뛰었습니다(출처: Yahoo Finance).
여기서 제가 직접 느낀 부분이 있습니다. 저는 나이키 운동화를 살 때 한동안 별생각 없이 나이키 앱을 먼저 켰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요즘 온이나 호카 신어봤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브랜드 충성도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조용히 옮겨갑니다.
S&P 100 퇴출, 그리고 나이키의 재건이 진짜인지 묻는 시장
S&P 다우존스 인디시즈(S&P Dow Jones Indices)는 2025년 분기 리밸런싱을 통해 나이키를 S&P 100 지수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했습니다. S&P 100이란 미국 대형주 500개 기업 중 시가총액과 산업 대표성 기준으로 추려낸 100개 초우량 기업 지수입니다. 나이키는 2008년 12월 편입 이후 18년 만에 이 자리를 잃었습니다. S&P 500 잔류 자체는 유지됩니다만, 우량주 상징에서 밀려났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 나이키의 위상을 압축해 보여줍니다.
주가는 2021년 사상 최고가 대비 반토막 이상 곤두박질쳤습니다. 실적 발표 하루 만에 시가총액 수백억 달러가 증발한 날도 있었습니다. 결국 지난해 6월에는 일부 주주들이 도나호 CEO와 매슈 프렌드 CFO를 상대로 DTC 전략 관련 주주 소송을 제기했고, 도나호 CEO는 같은 해 4월 처음으로 "우리가 의도했던 것과 달랐다"며 도매·소매 파트너에 다시 투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후 나이키는 32년 나이키 출신 엘리엇 힐을 새 CEO로 앉히며 재건에 들어갔습니다. 힐 CEO는 취임하자마자 "우리는 스포츠에 대한 집착을 잃어버렸다"고 고백했습니다. 화려한 마케팅 대신 운동선수와 기능성이라는 본질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었습니다. 수천 명 규모의 구조조정과 수십억 달러 비용 절감을 단행했고, 끊어놨던 도매 파트너 관계도 하나씩 복원해 나가고 있습니다. 6년 만에 아마존에 복귀한 것도 같은 흐름입니다.
제가 경험상 느낀 건, 기업의 반등 선언보다 소비자의 반응이 먼저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올해 초 출시된 나이키 러닝화 한 켤레가 출시 석 달 만에 1억 달러 이상 팔리며 회복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고, 러닝 사업은 다섯 분기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건 마케팅이 아니라 제품이 움직인 숫자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다만 시장은 아직 냉정합니다. 중국 시장과 컨버스 부문의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나이키 스스로도 전망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완전히 신뢰를 회복하려면 중국 매출 감소폭 축소, 디지털 판매 채널 바닥 확인, 수익성 개선이라는 세 가지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나이키가 S&P 100에서 퇴출됐는데, S&P 500에서도 빠진 건가요?
A. 아닙니다. 이번 조정은 S&P 100 지수에서의 퇴출이고, 미국 대표 500개 기업으로 구성된 S&P 500에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다만 S&P 100은 초우량 기업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이 자리를 잃었다는 사실 자체가 나이키의 현재 위상을 압축해서 보여준다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Q. DTC 전략이 왜 실패했나요? 직접 판매가 더 좋은 거 아닌가요?
A. DTC(소비자 직접 판매) 전략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이 전략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동안 기존 유통 파트너와의 관계가 무너지고, 소비자가 여러 브랜드를 비교·체험할 접점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그 사이 온과 호카 같은 경쟁사들이 비워진 매대를 빠르게 채웠고, 나이키 제품 자체의 기능성 혁신도 상대적으로 뒤처졌습니다.
Q. 지금 나이키 주식, 살 만한 타이밍인가요?
A. 저는 투자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살지 말지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S&P 100 퇴출이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완전히 재조정하는 '항복 단계'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 회복, 수익성 개선, 러닝 부문의 성장세가 이어지는지를 직접 확인하면서 판단하시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Q. 아디다스는 비슷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A. 아디다스도 한때 나이키와 비슷한 DTC 중심 전략을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아디다스는 문제를 비교적 일찍 인정하고 스스로 방향을 틀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도매 유통 파트너 관계를 다시 강화하고 제품 라인업을 조정하면서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같은 시기, 같은 시장에서 두 브랜드의 선택이 이렇게까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론
나이키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막연히 "그래도 나이키인데"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니, 그 "그래도 나이키인데"라는 생각 자체가 나이키 내부에도 있었고 그게 가장 큰 문제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1등이 되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1등인 자신을 계속 의심하는 일입니다. 유통 전략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업의 가장 근본적인 경쟁력은 소비자가 사고 싶어 하는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나이키의 러닝 사업 회복세가 진짜 반등의 시작인지, 아니면 긴 조정의 한 구간인지는 앞으로의 제품과 시장이 말해줄 것입니다. 저도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