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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트럼프가 중국에 강경 발언을 쏟아내다가 정상회담 자리에서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한동안 '도대체 저게 뭐지?'라는 생각을 반복했습니다. 뉴스 하나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미국이 친중인지 반중인지도 헷갈릴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미국 국내 정치(Domestic Politics)와 대외 전략을 함께 들여다보고 나서야 비로소 그 행동이 이해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의 움직임은 대통령 한 명의 기질이 아니라 훨씬 오래된 구조 위에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동맹 구조 — 미국이 진짜 중요하게 보는 나라는 어디인가

저도 처음엔 한국이 미국에 꽤 특별한 위치라고 생각했습니다. 주한미군도 있고, 반세기 넘게 이어온 동맹이니까요. 그런데 미국의 동맹 체계를 구조적으로 살펴보면 생각이 조금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미국은 동맹을 적극적으로 맺는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건국 초기부터 동맹을 부채(Liability), 즉 짐으로 여기는 시각이 강했습니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함부로 동맹을 맺지 말라"라고 경고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그래서 미국이 '숨 쉬듯 동맹'이라고 떠올리는 나라는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제가 자료를 살펴보면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미국의 동맹 우선순위입니다. 역사적 깊이와 정보 협력 측면에서 영국이 가장 앞에 오고,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한국보다 전략적으로 더 핵심에 있다는 분석이 꽤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즉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5개국 정보 공유 동맹의 존재만 봐도 영미 관계의 특수성은 명확합니다. 유럽에서는 최근 폴란드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러시아와의 지정학적 충돌 가능성 속에서 나토(NATO) 내 군사 분담 의지가 높은 국가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의 경우는 조금 다릅니다. 문헌상 동맹 순위보다 중요한 건 중동 지역에서 미국이 필요로 하는 휴민트(HUMINT), 즉 인간 정보망과 지역 정보 자산입니다. 미국이 이스라엘을 특별 취급하는 건 도덕적 의무감만이 아니라 실질적인 전략 자산 때문이라는 점이 제 경험상 이 분야를 보면 볼수록 더 맞아 보입니다.

  • 영국: 역사적 유대와 파이브 아이즈 정보 동맹으로 최우선 파트너
  • 일본: 아시아에서 미국이 가장 전략적으로 의존하는 국가
  • 폴란드: 러시아 위협 대응에서 나토 내 존재감 급상승 중
  • 이스라엘: 중동 정보 자산과 지역 전략 거점으로서의 가치 보유
  • 한국: 한반도 안보 축이지만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 중심은 일본
요약: 미국의 동맹은 감정이 아닌 전략 자산으로 계산되며,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한국보다 미국의 전략 중심에 더 가깝게 위치해 있습니다.

 

미중 경쟁 — 쇠퇴가 아니라 패권 구조의 재편이다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저는 솔직히 반은 동의하고 반은 의문이 생깁니다. 분명히 2000년대 초반처럼 미국이 압도적으로 독주하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곧바로 '미국의 몰락, 중국의 부상'으로 연결하는 건 제 경험상 지나치게 단선적인 해석이었습니다.

리얼라인먼트(Realignment)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리얼라인먼트란 정치 세력이나 국제 질서의 지지 기반이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미국 내부에서도 공화당이 링컨 시대 흑인 지지 정당에서 지금의 모습으로 바뀐 것처럼, 트럼프 등장 이후 미국 정치 지형이 다시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는 대외 정책에도 영향을 줍니다.

트럼프 행정부를 '고립주의(Isolationism)'로 분류하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그 분류가 틀렸다고 봅니다. 고립주의란 외부 세계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것을 의미하는데, 실제 행보는 달랐습니다. 오히려 '선택과 집중' 전략에 가깝습니다. 유럽과 중동에서 일차적 부담을 동맹국에게 넘기면서 남은 자원을 인도·태평양으로 집중하려는 것입니다. 이 흐름은 오바마, 트럼프 1기, 바이든, 트럼프 2기를 거치며 대통령이 바뀌어도 일관되게 유지됐습니다(출처: 미국외교협회(CFR)).

중국도 마찬가지로 단순하지 않습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2030~2040년이면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는다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그 시계가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 권위주의적 정치 시스템의 한계, 그리고 결정적으로 주변국들이 자발적으로 중국 편에 서려하지 않는다는 점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패권국(Hegemonic Power)이란 혼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주변이 인정해야 완성되는 자리입니다. 여기서 패권국이란 군사·경제·외교 전반에서 국제 질서를 주도하고 다른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따르는 나라를 의미합니다.

 
요약: 미국의 변화는 쇠퇴가 아닌 선택과 집중으로 읽어야 하며, 중국 역시 인구 감소와 동맹 부재라는 구조적 한계에 직면해 있습니다.

 

한국 전략 — '누가 이기나'보다 '우리 가치가 뭔가'가 먼저다

제가 이 주제를 공부하면서 가장 불편하게 느낀 부분이 바로 한국의 위치였습니다. 한국은 미국 동맹으로 안보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중국과 경제적으로 깊이 연결돼 있습니다. 미중 경쟁이 격화될수록 한국이 어느 한쪽을 선택하기도, 양쪽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집니다.

자료에서도 언급됐듯이 한반도가 지금처럼 강성했던 시기는 역사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그 혜택의 상당 부분은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 덕분이었습니다. 자유주의 국제질서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설계한 무역·안보·금융 규범 체계로, 가장 많은 수혜를 받은 나라 중 하나가 한국입니다(출처: 외교부). 그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은 한국에게 단순한 지정학적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앞으로의 핵심이 기술 패권(Technological Hegemony) 경쟁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기술 패권이란 핵심 기술의 개발·표준 설정·공급망을 장악함으로써 다른 나라의 기술 의존도를 높이는 구조적 우위를 의미합니다. 특히 AI, 반도체, 배터리 분야에서 누가 표준을 먼저 만드느냐가 다음 세대 질서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제 정치에서 강대국이 작은 나라를 파트너로 삼는 이유는 그 나라가 가진 전략적 가치 때문입니다. 동맹도 자동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제 경험상 국제 관계를 보면 볼수록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이 없는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미중 경쟁을 바라볼 때 '누가 이길까?'를 먼저 묻기보다 '한국이 이 경쟁 속에서 어떤 가치를 만들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훨씬 실질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 한국에게 필요한 것은 편 선택이 아니라 반도체·AI·방산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을 통해 스스로의 전략적 가치를 만드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트럼프는 고립주의자인가요, 아닌가요?

A. 고립주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고립주의는 외부에서 완전히 발을 빼는 것을 의미하는데, 실제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는 유럽·중동의 부담을 줄이고 인도·태평양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에 가깝습니다. 일반적으로 트럼프가 고립주의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정책 흐름을 길게 보면 오바마 시절부터 이어져 온 구조적 전략의 연장선에 더 가깝습니다.

 

Q. 미국과 중국, 결국 누가 이기나요?

A. 단기간에 승부가 결정되기 어렵습니다. 중국의 GDP가 미국을 언젠가 넘어설 가능성은 있지만, 인구 감소와 권위주의 시스템의 한계, 자발적 동맹국 부재라는 구조적 약점이 있습니다. 미국도 독주 시대는 끝났지만 군사·금융·기술 측면의 우위는 상당 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지금을 두 질서가 겹쳐지는 과도기로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고 생각합니다.

 

Q. 한국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하나요?

A. 단순히 편을 고르는 방식은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이 문제를 오래 들여다본 결론은, 어느 쪽이든 한국을 필요로 하게 만드는 것이 먼저라는 것입니다. 반도체, AI, 방산, 조선 등 한국이 가진 핵심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이 외교적 선택지를 넓히는 가장 실질적인 방법입니다.

 

Q. 한국에서 미국을 분석할 때 자주 틀리는 이유가 뭔가요?

A. 한미 관계라는 렌즈가 너무 강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외교 정책은 한국을 중심으로 설계되지 않습니다. 미국 국내 정치(Domestic Politics)의 변화, 공화당 내 세력 구도, 유권자 구성의 리얼라인먼트까지 함께 봐야 미국의 대외 행동이 비로소 이해됩니다. 한미 관계만 보다 보면 미국 자체의 변화를 놓치기 쉽습니다.

 

결론

이번 자료를 통해 제가 가장 크게 바뀐 시각은 이것입니다. 미국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대통령의 발언이 아니라 미국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그 구조를 먼저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중국 견제는 계속됐고, 동맹국에게 일차적 책임을 넘기려는 흐름도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이 구조를 모르면 뉴스 하나하나에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 입장에서 정리하면, 패권 경쟁의 결과를 예측하려 들기보다 한국 스스로의 기술·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국제 정치에서 가치 있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 결국 가장 강한 외교입니다. 앞으로 미중 관계 관련 뉴스를 보실 때 '오늘의 발언'보다 '반년~1년의 행동 패턴'을 함께 보시면 훨씬 선명하게 읽힐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Trc20NOFGv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