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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5조 원을 처음 돌파한 해에 회사가 통째로 팔려가고 있습니다. 처음엔 쿠팡이츠 무료 배달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장부를 따라가다 보니 배달비보다 훨씬 먼저, 다른 방향으로 돈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수수료 구조: 화면 뒤에서 일어난 일

배달 앱으로 음식을 시킬 때 제가 가장 먼저 보는 건 메뉴 가격과 배달비였습니다. 결제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수수료라는 단어는 화면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점주 커뮤니티 글을 우연히 읽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2만 원짜리 주문 하나에 점주가 실제로 받는 금액이 얼마인지를 처음 계산해 본 날이었습니다.

중개 수수료(Platform Fee)란 배달 앱이 주문 한 건을 연결해 준 대가로 입점 업체에게 청구하는 금액입니다. 쉽게 말해 앱이라는 식당가에 자리를 편 가게가 내는 자릿세입니다. 2024년 8월 배달의민족은 이 중개 수수료를 기존 6.8%에서 9.8%로 올렸습니다. 3% 포인트 인상이라고 하면 작아 보이지만, 점주 입장에서 실제 부담액은 44%가 늘어난 수치입니다.

2만 원짜리 주문 하나에서 중개 수수료 최대 1,560원, 배달비 최대 3,400원, 결제 수수료 600원이 빠집니다. 부가세까지 더하면 건당 6,000원 이상이 앱으로 넘어갑니다. 닭값, 기름값, 인건비는 아직 계산도 안 한 상태에서 말입니다.

이 구조가 왜 이렇게 됐는지 거슬러 올라가면 2024년 3월로 이어집니다. 쿠팡이츠가 와우 멤버십 가입자 약 1,400만 명에게 무료 배달을 시작했습니다. 멤버십(Membership)이란 월정액을 내고 배달비 할인이나 무료 혜택을 묶음으로 제공받는 구독 서비스입니다. 저도 그 무렵 앱을 두 개 열어놓고 같은 메뉴의 배달비를 비교하던 기억이 납니다. 배달비 칸에 0원이 찍힌 쪽으로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움직였습니다.

배달의민족도 그해 4월 알뜰배달 무료 서비스로 맞섰습니다. 그런데 그 비용의 연료를 어디서 끌어왔느냐가 문제였습니다. 외주 용역비, 즉 라이더에게 나가는 비용이 2025년 한 해 동안 9,713억 원 늘어 41%가 증가했습니다. 같은 해 늘어난 매출 9,604억 원과 거의 같은 금액입니다. 새로 번 돈이 고스란히 배달 비용으로 빠져나간 셈입니다.

무료 배달 경쟁을 버티는 비용은 어디로 전가됐을까요. 2025년 4월부터는 포장 주문에도 6.8% 수수료가 붙었고, 월 8만 8,000원짜리 정액 광고 상품 울트라콜은 7월에 완전히 폐지됐습니다. 고정 월세처럼 예측 가능하던 비용이 주문량에 따라 늘어나는 변동 수수료로 바뀐 것입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800개 업체를 조사한 결과, 실제 평균 중개 수수료는 8.2%였고 2% 혜택을 받은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출처: 중소벤처기업부). 점주들이 적정하다고 본 수수료는 4.5%였으니, 체감 격차가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갑니다.

  • 중개 수수료: 2024년 8월 6.8% → 9.8%로 인상 (점주 부담 44% 증가)
  • 포장 주문 수수료: 2025년 4월부터 6.8% 신규 부과
  • 배달비: 매출 상위 35% 가게 기준 건당 최대 3,400원
  • 2만 원 주문 1건당 점주 실부담 비용: 수수료+배달비+결제수수료 합산 6,000원 이상
요약: 무료 배달 경쟁의 비용은 소비자 화면에서 사라졌지만, 점주 수수료와 배달 노동자 보수 구조 변화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배당 논란과 매각: 돈은 어디로 흘렀나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엔 경쟁사에 밀린 단순한 위기 구조라고 생각했는데, 재무 흐름을 살펴보고 나서는 다른 그림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매출이 역대 최대인데 영업이익률은 2년 연속 하락하고, 그러면서도 독일 모회사로 대규모 현금이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배당 성향(Dividend Payout Ratio)이란 기업이 당해 연도에 벌어들인 순이익 대비 주주에게 돌려준 배당금의 비율입니다. 일반적으로 성장 기업은 이 비율을 낮게 유지하며 재투자에 집중합니다. 그런데 2023년 우아한 형제들의 사례는 달랐습니다. 2022년 순이익 946억 원을 기록한 해에 현금 배당 4,127억 원이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DH)로 건너갔습니다. 배당 성향이 400%를 넘은 것입니다. 한 해 번 돈의 네 배 이상을 배당으로 내보낸 셈입니다.

이 배당이 가능했던 것은 그해 12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했기 때문입니다. 비상금 봉투를 꺼내 저금통에 옮겨 담고 나서 그 저금통을 연 구조입니다. 회계상 허용된 절차였고 불법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합법과 "그 돈이 어디에 쓰였어야 했는가"는 별개의 질문입니다.

이 흐름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2024년에는 DH 보유 주식 5,372억 원어치를 회사 돈으로 사들여 소각했습니다. 자사주 매입 소각(Share Buyback)이란 회사가 자기 주식을 시장에서 사들인 뒤 없애는 것으로, 대주주에게 현금을 돌려주는 또 다른 경로가 됩니다. 2025년에도 이익이 줄어든 상황에서 4,900억 원치를 추가 소각했습니다. 최근 3년간 DH로 향한 금액을 합산하면 1조 4,399억 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 합계 1조 9,335억 원의 74%에 해당합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월급은 20% 올랐는데 통장은 더 빈 집, 출퇴근 택시비가 인상분을 다 먹어치운 데다 해외 집주인에게 월세 선납까지 꼬박꼬박 보낸 가계부와 비슷한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출 성장의 과실이 플랫폼 생태계 안에 남지 않고 바로 빠져나간 것입니다.

DH 입장에서도 사정은 급했습니다. 부채 약 9조 2,500억 원에 부채 비율 230%, 주가는 2021년 고점 대비 80% 이상 하락했습니다. 2026년 5월 우버가 DH 주식 전체를 주당 41.5유로에 공개 매수하겠다고 나섰습니다. 기업 가치로 약 22조 원짜리 거래입니다. 배민 하나를 팔려고 내놨는데 쇼핑몰 건물 전체가 팔려버린 모양새입니다. 배민은 건물에 딸린 부속 시설처럼 함께 넘어가게 됐습니다. 제 경우엔 이 대목에서 2019년 DH가 배민을 살 때 산 것이 그해 실적이 아니라 독점적 자리값이었다는 말이 새삼 다르게 들렸습니다.

 
요약: 영업이익의 74%가 3년간 모회사로 이전됐고, 빚이 쌓인 DH가 결국 우버에 인수되면서 배민은 독립 매각도 아닌 딸려가는 형태로 주인이 바뀌게 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배달의민족이 팔린 이유가 쿠팡이츠 때문만은 아닌가요?

A. 절반만 맞는 설명입니다. 쿠팡이츠의 무료 배달 공세가 직접적인 계기였던 건 사실이지만, 매출이 역대 최대였던 해에도 이익이 줄어든 배경에는 3년간 영업이익의 74%를 모회사로 이전한 자금 흐름이 함께 있었습니다. 경쟁 심화와 내부 자금 구조 양쪽을 같이 봐야 전체 그림이 나옵니다.

 

Q. 우버가 새 주인이 되면 수수료가 내려갈 가능성이 있나요?

A.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4조 7,500억 원을 쓴 건물주가 본전을 뽑으려 했듯, 22조 원짜리 거래를 한 새 주인도 같은 압력을 받습니다. 판이 커진 만큼 회수 압박도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브랜드 이름이 달라질 뿐, 비용 구조의 방향이 자동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Q. 배달 앱 수수료 규제가 시행되면 점주 부담이 줄어들까요?

A. 미국 사례를 보면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2020년 샌프란시스코 등 68개 지역에서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했는데, 이후 연구 결과 독립 식당 주문이 2.5% 줄고 소비자 배달비는 오히려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를 수 있습니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수수료 상한 하나만으로 청구서 전체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Q. 소비자가 실제로 배달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제가 직접 써봤는데, 가장 효과가 컸던 건 자사 앱이나 전화 포장 주문이었습니다. 교촌치킨 기준으로 자사 앱 포장가와 배달 앱 배달가 차이가 4,200원 이상 납니다. 프랜차이즈 열 곳 중 일곱 곳이 앱 가격을 더 비싸게 받는다는 조사도 있으니, 자주 시키는 메뉴 하나만이라도 매장 가격과 비교해 보시길 권합니다.

 

결론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배달 앱 화면에서 보이는 숫자들만 생각했습니다. 배달비 0원, 멤버십 할인, 쿠폰. 그런데 그 숫자 뒤에 점주 수수료, 라이더 보수, 모회사 배당이라는 다른 숫자들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무료처럼 보이는 서비스가 다른 주체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유지된다면, 그것을 진정한 가격 경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장 주문 방식을 바꾸기 어렵더라도, 자주 시키는 메뉴 하나의 매장 가격과 앱 가격을 한 번만 비교해 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포장 주문이 가능한 경우라면 전화나 브랜드 자사 앱을 활용하면 수수료가 빠집니다. 우버의 인수 완료 목표는 2027년 하반기이고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도 진행 중입니다. 새 주인이 내놓을 첫 요금 개편이 이 구조가 어떻게 바뀔지를 가장 먼저 보여줄 것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tJmQbJTZz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