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매달 관리비 고지서를 받으면 총액만 확인하고 자동이체로 넘겨버리는 일이 습관처럼 굳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광주의 한 아파트 경리 직원이 10년 가까이 관리비 통장에서 돈을 빼돌려 7억 원 이상을 횡령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제가 멈칫한 건 그 직원 얘기가 아니라 그 뒤에 나온 숫자였습니다. 관리회사가 한 세대에서 받는 위탁관리 수수료가 고작 월 600원이라는 것, 그리고 그 자리를 두고 회사들이 담합을 벌였다는 것. 그 구조가 궁금해져서 고지서를 다시 꺼내 들었습니다.



위탁관리수수료 600원의 정체

제가 실제로 관리비 고지서를 펼쳐서 항목을 하나씩 세어봤더니 20개가 넘었습니다. 전기료, 수도료, 난방비, 경비비, 청소비, 승강기 유지비, 장기수선충당금까지 줄줄이 나열돼 있었는데, 그중 '위탁관리 수수료'라는 줄이 하나 눈에 걸렸습니다. 여기서 위탁관리 수수료란 아파트를 외부 관리회사에 맡기는 대가로 매달 그 회사에 지급하는 금액을 말합니다. 그런데 그 금액이 제 예상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업계 자료를 보면 전국 평균이 전용면적 1㎡당 한 달에 7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24평형 기준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553원, 어림잡아 600원입니다. 반면 같은 고지서 위쪽에 찍히는 총관리비는 28만 원 안팎입니다. 그 28만 원 안에는 전기·수도·난방처럼 한국전력이나 수도사업소로 그대로 넘어가는 통과 비용이 있고, 경비원·청소원·관리소장·경리·시설 기사 등의 인건비가 큰 덩어리로 들어 있습니다. 이분들의 급여는 고지서의 '일반관리비' 항목에서 지출됩니다. 정리하면 관리회사는 직원을 선발해 단지에 배치하고 그 인건비는 아파트가 관리비로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면 그 모든 비용을 빼고 관리회사 본사의 몫으로 남는 것이 바로 그 600원입니다. 이 돈으로 본사 직원 급여와 사무실 운영비를 충당하고 남은 게 영업이익이 됩니다. 직접 보고 나서야 왜 이 수수료가 이렇게까지 낮아졌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관리회사를 선정하는 방식을 입찰이라고 하는데, 여기서 입찰이란 여러 회사가 조건을 제시해 경쟁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문제는 정부가 선정 기준을 설계할 때 관리 전체 비용이 아니라 위탁관리 수수료를 가장 낮게 쓴 회사를 선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입니다. 값을 낮게 써낸 쪽이 이기는 게임이 된 것입니다. 실제로 업계 신문이 전국 295개 단지의 입찰 결과를 분석한 자료에서는 ㎡당 1원 이하를 써낸 곳이 줄줄이 등장했습니다. 24평형 기준으로 월 80원이 되지 않는 금액입니다.

그런데 이 값이 무너진 시장에서 담합이 나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한 사례를 보면 경기도와 충청남도 소재 다섯 개 아파트 단지의 입찰에서 일곱 개 관리회사가 미리 낙찰 순서를 정해 들러리를 세우는 방식으로 짜고 들어갔습니다(출처: 공정거래위원회). 그중 네 곳은 검찰에 고발됐습니다. 한 세대에 동전 몇 개짜리 수수료를 놓고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게 처음엔 이해가 안 됐습니다. 나중에야 그 이유를 알게 됐는데, 그게 다음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 위탁관리 수수료: 관리회사 본사가 가져가는 수익 부분으로, 전국 평균 세대당 월 600원 수준
  • 일반관리비: 관리소장·경리·시설 기사 등 배치 직원들의 인건비가 포함된 항목
  • 장기수선충당금: 훗날 승강기·외벽 등 대규모 공사에 대비해 매달 미리 적립해두는 금액
  • 수수료 입찰 방식: 수수료를 가장 낮게 제시한 회사를 선정하도록 설계된 구조로, 값 붕괴와 담합의 원인이 됨
요약: 관리비 총액 28만 원 중 관리회사 본사 몫은 월 600원 수준이며, 값을 낮추는 입찰 구조가 담합을 낳는 배경이 됐습니다.

 

수의계약과 잡수입, 진짜 돈은 어디 있나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600원짜리 자리를 두고 회사들이 담합까지 벌인다는 게 납득이 안 됐는데, 그 자리에 앉으면 따라오는 게 따로 있었습니다.

아파트는 1년 내내 무언가를 발주합니다. 청소 용역, 경비 용역, 승강기 점검, 소독, 배관 교체, 외벽 도장, 주차장 바닥 공사까지 크고 작은 계약이 끊이지 않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에는 이 계약들을 집행하는 주체가 '관리 주체'라고 명시돼 있는데, 위탁관리 아파트에서 관리 주체는 관리회사가 파견한 관리사무소입니다. 최종 의결은 입주자대표회의가 하지만 입찰 공고를 내고 서류를 받고 계약서를 쓰는 손은 그 사무실 손입니다.

국토교통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함께 낸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가 한 해 동안 체결한 공사·용역 계약 규모가 7조 7천억 원에 달합니다(출처: 국토교통부). 600원짜리 입장료를 내고 그 창구 앞에 앉는 것입니다. 제가 이 숫자를 보고 나서야 비로소 담합이 왜 생기는지 맥락이 연결됐습니다.

여기서 수의계약이라는 개념이 나옵니다. 수의계약이란 경쟁 입찰 없이 관리 주체가 특정 업체를 직접 지정해 계약을 맺는 방식을 말합니다. 긴급한 사고나 특수 기술이 필요한 경우에 한정된 예외 조항이었는데, 이 문이 비리의 사각지대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올해 5월 국토교통부가 제도를 손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정부는 보험이나 공산품처럼 굳이 수의계약을 쓸 이유가 없는 항목은 이 예외에서 아예 빼기로 했습니다.

또 하나, 고지서에 찍히지 않는 수입이 있습니다. 바로 잡수입입니다. 여기서 잡수입이란 아파트 옥상 통신 중계기 임대료, 알뜰 장터 자릿세, 재활용품 판매 수익처럼 관리비 고지서 바깥에서 들어오는 수입을 통칭합니다. 공개된 한 단지 사례를 보면 통신사 중계기 임대료만으로 연간 1,750만 원이 들어왔고 세대당으로 환산하면 월 2,000원을 넘었습니다. 관리회사가 받는 수수료 600원보다 큰 금액입니다. 이 잡수입은 관리회사 수입이 아니라 아파트 공동 자산으로 적립해야 합니다. 감사에서 이 항목의 처리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는 우리 아파트 옥상에 중계기가 몇 대 달려 있는지조차 신경 쓴 적이 없었습니다. 그 임대료가 어디로 가는지는 더더욱 몰랐고요.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단지 이름을 입력하면 입찰 공고와 낙찰 결과, 금액까지 모두 공개돼 있습니다. 제가 직접 들어가 봤더니 우리 아파트에서 작년 한 해 어떤 공사를 얼마에 발주했는지 전부 나와 있었습니다. 매달 관리비를 내면서도 정작 이런 정보가 공개돼 있다는 걸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요약: 관리회사의 진짜 영향력은 수수료 600원이 아니라 연간 수조 원대 공사·용역 계약의 집행 창구를 맡는다는 데 있으며, 잡수입과 수의계약 또한 투명하게 들여다봐야 할 항목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관리비 고지서에서 위탁관리 수수료가 얼마인지 어떻게 확인하나요?

A. 관리비 고지서 항목 중 '위탁관리 수수료' 또는 '관리 수수료'로 표기된 줄을 찾으면 됩니다. 단지마다 표현이 조금씩 다를 수 있고 금액도 차이가 납니다. 저도 직접 찾아봤는데, 눈에 잘 안 띄는 위치에 작은 금액으로 적혀 있어서 한 번은 천천히 훑어봐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Q. 자치관리와 위탁관리 중 어느 쪽이 더 유리한가요?

A. 자치관리는 위탁관리 수수료를 아예 내지 않아도 되지만, 아파트가 직접 직원을 고용하고 회계 서류를 작성하며 고용주 책임도 집니다. 단지 규모나 입주민 역량에 따라 현실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아 국토교통부 자료 기준으로 열 곳 중 여덟 곳 이상이 위탁관리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어느 쪽이 낫다기보다 우리 단지 상황에 맞는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Q. 아파트 잡수입은 어디서 확인할 수 있나요?

A.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우리 단지 이름을 검색하면 관리비 세부 내역과 함께 잡수입 항목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계기 임대료나 재활용품 판매 수익이 실제로 얼마나 들어왔는지, 어디에 쓰였는지까지 볼 수 있어서 직접 검색해보면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나옵니다.

 

Q. 관리사무소 직원은 아파트 소속인가요, 관리회사 소속인가요?

A. 위탁관리 아파트라면 관리사무소의 소장, 경리, 시설 기사는 관리회사 소속입니다. 다만 인건비는 입주민이 내는 관리비에서 지출됩니다. 관리회사를 교체하면 사무소 직원이 통째로 바뀌는 경우가 생기는 것도 이 구조 때문입니다.

 

Q. 장기수선충당금은 마음대로 쓸 수 있나요?

A. 장기수선충당금은 승강기 교체, 외벽 보수 같은 대규모 공사에 대비해 적립해두는 돈으로, 용도가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올해 제도를 손보면서 이 돈을 엉뚱한 곳에 쓴 사례가 3년 사이에 400건 넘게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적립액과 사용 내역은 K-apt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결론

제가 이 구조를 처음 들여다봤을 때 드는 생각은 단순했습니다. '관리회사가 600원 받고 뭘 해준다는 거지?'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나니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받는 돈은 600원인데 만지는 돈은 연간 수조 원짜리 창구입니다. 이 간격이 구조 자체를 시험에 들게 만든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그렇다고 관리회사 전체를 의심해야 한다는 게 아닙니다. 제가 겨냥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구조입니다. 올해 5월 국토교통부가 의무 회계감사 면제 조항을 없애고 수의계약 예외 범위를 좁혔다고 발표했지만, 제도가 바뀐다고 해서 입주민이 눈을 감아도 되는 건 아닙니다.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서 우리 단지 이름 한 번 검색해 보는 것, 고지서에서 위탁관리 수수료 한 줄 찾아보는 것. 그 작은 관심이 결국 감시의 시작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0Qdf0HBcPa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