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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시내에 나가보면 아주 좋은 위치에 오랫동안 유지되는 안경집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안경을 자주 바꾸는것도 아니고 어떻게 비싼 월세를 감당할까 궁금했습니다. 20만 원짜리 안경 한 벌 안에 안경점 사장 몫이 얼마나 되는지 뜯어보고 나서 생각이 꽤 달라졌습니다. 렌즈 회사, 안경테 제조사, 프랜차이즈 본사가 먼저 가져가고 남은 돈이 생각보다 훨씬 적었거든요.
20만 원이 흩어지는 방식, 수익구조의 실체
안경을 맞추러 가면 시력검사는 별도 비용 없이 진행됩니다. 기계 앞에 턱을 올리고 열기구 그림을 들여다보는 그 검사 말이죠. 저도 오랫동안 그게 서비스라고만 생각했는데, 사실 검사 장비 한 대 값이 아반떼에서 그랜저 가격 수준이라고 합니다. 결국 그 기계값도 안경 가격 안에 녹아 있는 셈이었습니다.
계산대에서 20만 원을 내면 가장 먼저 빠져나가는 돈은 안경테와 렌즈 원가입니다. 안경 가맹점 통계를 분석한 경영 분석가의 계산으로는 판매가의 절반 가까이가 물건 원가로 나갑니다. 20만 원이면 9만 원이 넘는 금액이 처음부터 빠지는 거죠.
렌즈 원가 뒤에는 렌즈 제조사가 있습니다. 여기서 알아두면 좋은 게 하나 있는데, '케미렌즈'처럼 국산 이름이 붙은 브랜드도 현재는 외국 회사 소유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도 두 회사 모두 현재 해외 기업 계열사로 기재되어 있고, 한 경제신문은 국내 렌즈 시장의 95%를 해외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산 렌즈를 골라도 돈이 해외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프랜차이즈 안경점이라면 본사도 몫을 챙깁니다. 올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한 안경 프랜차이즈 본사는 가맹점마다 매달 판매 목표를 정해뒀습니다. 여기서 '가맹점(프랜차이즈 가맹점)'이란 본사 브랜드를 빌려 영업하는 개인 사업자 매장을 말합니다. 본사 입장에선 자체 브랜드 렌즈나 고가 안경테가 많이 팔릴수록 별도 수익이 생기는 구조였고, 가맹점이 그 목표를 채우지 못하면 워크숍 소집, 계획서 제출, 계약 해지 검토까지 이어졌습니다(출처: 공정거래위원회).
- 렌즈 원가: 판매가의 절반 가까이 차지, 해외 렌즈 제조사로 귀속
- 안경테 원가: 수입 안경테의 약 70%가 중국산 (안경업계 신문 자료 기준)
- 프랜차이즈 본사: 자체 브랜드 렌즈·고가 안경테 판매 시 별도 수익 발생
- 매장 운영비: 장비 감가상각, 임대료, 인건비 등
- 사장 순이익: 판매가의 약 10% 안팎, 20만 원 기준 2만 원 미만 수준
렌즈가격에 숨은 이야기, 한 단계 올릴 때마다 생기는 일
제가 안경을 맞출 때마다 꼭 듣는 말이 있습니다. "렌즈를 한 단계 얇은 걸로 올리시면 훨씬 편하세요." 처음엔 당연히 좋은 거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이게 실제로 얼마나 가격을 바꾸는지 따져본 적은 없었습니다.
가격표를 홈페이지에 공개해 둔 한 저가 안경 체인을 보면, 가장 기본 렌즈가 9,900원입니다. 여기서 굴절률을 한 단계씩 올릴 때마다 가격이 껑충 뜁니다. 굴절률이란 렌즈가 빛을 꺾는 정도를 수치로 나타낸 것인데, 수치가 높을수록 같은 도수에서 렌즈를 더 얇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시력이 높을수록 두꺼워지는 렌즈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죠. 다만 굴절률이 높다고 무조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건 아닙니다.
누진다초점 렌즈도 짚어볼 만합니다. 누진다초점 렌즈란 먼 곳과 가까운 곳을 하나의 렌즈로 동시에 볼 수 있도록 설계된 노안용 렌즈입니다. 같은 가격표 안에서도 7만 원 미만짜리부터 60만 원짜리까지 범위가 넓습니다. 어떤 제조사 제품이냐에 따라 가격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입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 단계 올리기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진행됩니다. 안경사가 설명을 시작하면 소비자는 그 흐름을 따라가게 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올해 적발된 프랜차이즈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가맹점 안경사 입장에선 그 추천이 '이달의 판매 목표'와 연결된 물건일 수도 있었습니다. 손님 귀에는 친절한 조언처럼 들렸겠지만, 매장 안에서는 전혀 다른 맥락이 존재했던 거죠.
제가 이번에 가장 현실적으로 느낀 부분이 여기였습니다. 렌즈를 한 단계 올리는 게 나쁜 일은 아닙니다. 문제는 그 선택이 정말 제 눈에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판매 지표와 연결된 것인지 소비자가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현명한 선택을 위해 계산대 앞에서 물어볼 것들
이쯤에서 저는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안경점 사장이 남기는 돈이 2만 원 수준이라면, 왜 안경원은 평균 13년 넘게 문을 닫지 않고 버티는 걸까요? 국세청 통계가 그 숫자를 뒷받침합니다(출처: 국세청).
이유는 몇 가지로 정리됩니다. 안경사 협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설문 결과, 성인 10명 중 7명이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사용한다고 답했습니다. 수요가 끊이지 않는 구조입니다. 또한 콘택트렌즈는 안경사 면허 보유자만 운영하는 안경원에서만 판매할 수 있어, 대형 유통 플랫폼이 치고 들어오기 어려운 법적 울타리가 있습니다.
한편 저가 안경 체인이 어떻게 싸게 팔 수 있는지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서울 구로에서 1층 매장을 운영하다 월세가 100만 원에서 650만 원까지 오르는 걸 버티지 못한 한 대표가 3층 상가로 이전하면서 저가 전략을 굳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층수를 올려 월세를 낮추고, 그 차이를 안경 가격에서 깎아주는 방식이었습니다. 1층 안경점에서 낸 안경 가격 안에는 1층 임대료도 함께 들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제 경험상 계산대 앞에서 이 두 가지만 물어봐도 선택이 훨씬 명확해집니다. 첫째, 렌즈를 한 단계 올리면 얼마가 추가되는지. 둘째, 어느 회사 제품인지. 렌즈 가격을 홈페이지에 공개해 둔 체인도 있기 때문에, 비교 기준을 미리 파악해 두면 그 설명이 합리적인지 가늠하기 쉬워집니다. 안경테 수리나 조정 비용도 가게마다 다르게 책정할 수 있으므로 미리 물어보는 게 좋습니다. 한 지역 안경사 단체가 동일 요금표를 공유했다가 문제가 된 사례도 있을 만큼, 이 비용은 통일된 기준이 없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안경점 시력검사가 무료인 이유가 뭔가요?
A. 검사 비용이 별도로 청구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검사 장비 구입 비용이 안경 가격 안에 분산되어 있는 구조입니다. 아반떼에서 그랜저 수준의 장비를 갖춰야 하는데, 그 비용이 영수증에 항목으로 찍히지 않을 뿐 최종 안경값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Q. 국산 렌즈를 골라도 해외 회사 돈이 되는 건가요?
A.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케미렌즈'처럼 국내에서 익숙한 이름의 렌즈 브랜드도 현재는 프랑스나 일본 기업 계열사로 편입되어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도 이 사실이 명시되어 있고, 국내 렌즈 시장의 95%를 해외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Q. 저가 안경 체인이 싸게 팔 수 있는 비결이 뭔가요?
A. 가장 큰 요인은 임대료입니다. 1층 대신 2층 이상 상가에 입점해 월세를 낮추고, 그 차이를 안경 가격에서 줄이는 방식입니다. 여기에 직원 수를 최소화하고 제조사에서 매장으로 직납하는 구조를 더하면 원가를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Q. 안경원에서 렌즈를 업그레이드 권유받으면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요?
A. 두 가지만 물어보면 충분합니다. 한 단계 올릴 경우 얼마가 추가되는지, 그리고 어느 제조사 제품인지입니다. 렌즈 가격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체인도 있으므로 미리 확인해 두면 현장에서 비교 기준을 가질 수 있습니다. 굴절률 업그레이드가 본인의 시력 수준에서 실제로 필요한지도 함께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Q. 안경원이 왜 이렇게 오랫동안 폐업을 안 하나요?
A. 국세청 통계 기준으로 안경원 평균 영업 기간은 13년이 넘습니다. 성인 10명 중 7명이 안경이나 콘택트 렌즈를 쓰는 안정적인 수요, 그리고 안경원에서만 콘택트 렌즈를 판매할 수 있는 법적 구조가 큰 역할을 합니다. 대형 플랫폼이나 인터넷 쇼핑몰이 쉽게 치고 들어오지 못하는 울타리가 있는 셈입니다.
결론
안경값 20만 원이 비싸다고 느끼면서도 막상 안경점이 폭리를 취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이유가 이제는 납득됩니다. 렌즈 제조사, 안경테 공급사, 프랜차이즈 본사가 먼저 가져가고, 장비값·임대료·인건비까지 빠지면 사장 손에 남는 돈은 실제로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구조 안에서 소비자가 정보 없이 선택해야 하는 상황은 여전히 불편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핵심은 가격을 무조건 낮추자는 게 아닙니다. 렌즈 한 단계 올릴 때 얼마가 추가되는지, 어느 회사 제품인지, 그 기능이 정말 필요한지 정도만 알아도 소비자의 선택 질이 달라집니다. 안경은 몇 년에 한 번씩 맞추는 물건이라 가격 감각이 무뎌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계산대 앞에서 한 가지 질문을 더 던지는 습관이 가장 현실적인 대비책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