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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를 손목에 차면서 그 안에 들어간 기술이 어디서 왔는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있으십니까? 그냥 심박수가 뜨면 편하고, 알림이 오면 좋고,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2026년 9월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이 애플에 약 57억 2천만 달러(한화 약 7조 7천억 원)의 특허 침해 배상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서, 제가 너무 제품의 겉면만 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플워치 뒤에 숨어 있던 이야기

제가 애플워치를 처음 차던 날을 기억합니다. 운동하면서 심박수가 실시간으로 손목에 뜨는 게 신기했고, 혈중 산소 농도 측정 기능이 생겼을 때는 '이런 것까지 되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능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는 몰랐습니다.

혈중 산소포화도(SpO2) 측정 기술을 보유한 의료기기 기업 마시모(Masimo)는 2018년 애플과 협력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SpO2란 혈액 속에 산소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를 퍼센트로 나타내는 수치로, 수면 무호흡이나 심폐 기능 이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쓰이는 핵심 의료 지표입니다. 애플은 협력 논의 과정에서 마시모의 핵심 엔지니어와 최고 의료 책임자를 연봉 두 배 조건으로 영입했고, 이듬해 유사한 특허를 출원한 데 이어 2020년에는 혈중 산소 측정 기능이 탑재된 애플 워치를 출시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런 수법을 '셜로킹(Sherlocking)'이라고 부릅니다. 셜로킹이란 애플이 유망한 중소기업에 파트너십을 제안하는 것처럼 접근해 핵심 기술 정보를 파악한 뒤, 이를 자체 기능으로 흡수하고 원조 기업을 시장에서 고사시키는 관행을 가리키는 은어입니다. 마시모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증언한 임원·발명가·투자자·변호사가 2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출처: Wall Street Journal).

심장 모니터링 기술을 보유했던 발렌셀(Valencell)도 2013년 애플과 수개월간 파트너십을 논의하고 시제품 테스트까지 진행했지만, 협상이 갑자기 중단된 뒤 2015년 심박 측정 기능이 탑재된 애플워치가 출시됩니다. 발렌셀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자 애플은 해당 특허뿐 아니라 관련 없는 다른 특허 7건에 대해서도 무효화 신청을 냈고, 결국 발렌셀은 2019년 합의를 선택했습니다. 합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 마시모: 혈중 산소포화도 기술 공유 후 핵심 인력 이탈, 유사 특허 출원
  • 발렌셀: 심박 모니터링 논의 중단 후 애플워치 출시, 무효화 소송 공세로 합의 유도
  • 택션 테크놀로지(Taptic Engine 관련): 진동 기술 특허 침해로 2026년 약 7조 7천억 원 배상 판결
요약: 애플워치의 핵심 건강 기술들은 파트너십 논의 과정에서 기술을 파악한 뒤 자체 흡수한 셜로킹 의혹과 함께 성장했으며, 피해 기업들은 막대한 법적 비용 앞에서 합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공급망 전략의 두 얼굴

애플 제품을 쓰면서 가격을 볼 때마다 '이게 기술력의 가격인가, 아니면 브랜드 파워의 가격인가' 하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최근 아이패드와 맥북 가격이 최대 30%까지 오른 것을 보면서 그 의문이 다시 커졌습니다. 팀 쿡은 AI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마이크론 CEO는 즉각 반박했습니다.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력을 망가뜨릴 정도로 낮은 가격을 요구해 온 것은 대형 고객사들이다"라고요. 이름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맥락은 분명했습니다.

애플의 공급망 관리 방식 중 하나는 협상력(bargaining power) 유지입니다. 협상력이란 거래에서 가격이나 조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힘으로, 대체 공급사가 많을수록 구매자의 협상력이 높아집니다. 애플은 이를 위해 의도적으로 2, 3위 공급사를 육성해 1위 기업을 견제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습니다.

OLED 패널 시장에서 삼성 디스플레이의 독점력을 낮추기 위해 중국 BOE를 적극 지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제출한 핵심 기술 데이터가 피드백이라는 명목으로 BOE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BOE의 영업비밀 침해를 인정해 수입 제한 조치를 내리는 상황까지 이어졌습니다(출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USITC)).

통신 칩 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퀄컴 의존도를 낮추려던 애플은 인텔을 대안으로 육성하는 과정에서 퀄컴과의 비밀유지계약(NDA)을 위반하고 소스 코드를 인텔에 넘겼다는 혐의를 받았습니다. 결국 인텔이 5G 칩 개발에 실패하자 애플은 약 7조 원의 합의금을 내고 퀄컴과 관계를 복원해야 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역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공급사를 흔들려다가 오히려 더 큰 비용을 치른 셈이니까요.

최근에는 미국 국방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CXMT(창신 메모리)를 새로운 메모리 공급사로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가격 차이는 5~10%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를 단순한 원가 절감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을 압박할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다는 해석이 더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요약: 애플의 공급망 전략은 단순한 원가 절감을 넘어 협상력 극대화를 목적으로 하며, 이 과정에서 영업비밀 침해와 계약 위반 논란이 반복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소비자가 놓친 것, 시장이 묻는 것

제가 이번 내용을 접하기 전까지 관심을 가졌던 건 아이폰 카메라 성능, 애플워치 배터리 유지 시간, 에어팟 연결 안정성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에어팟이 아이폰에 연결되는 순간 아무 설정 없이 바로 쓸 수 있다는 게 편했고, 그 생태계 안에 묶여 있다 보니 다른 제품으로 갈아타는 결정 자체가 점점 어려워졌습니다. 이 경험이 실은 애플의 전략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반독점법(Antitrust Law)은 특정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을 저해할 정도의 지배력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법입니다. 쉽게 말해 한 기업이 너무 강해져서 다른 기업이 경쟁 자체를 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막는 장치입니다. 미국 연방 법무부가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습니다. 시가총액 1위, 전 세계가 사랑하는 기업을 왜 법무부가 막으려 하나 싶었겠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지식재산권 조사 기관 패택 시아(Patexia)에 따르면, 2012년 이후 미국 특허심판위원회(PTAB)에 가장 많은 특허 무효화 신청을 제기한 기업이 애플입니다. 소송 한 건당 비용은 약 50만 달러(한화 약 6억 5천만 원) 수준인데, 애플은 한 기업을 상대로 이 소송을 8건에서 10건씩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을 써왔습니다. 중소기업이 기술 하나를 지키려다가 법정 비용만으로 수십억 원을 써야 하는 구조입니다.

이걸 두고 "기업이 자신을 법적으로 방어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여기서 구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기 특허를 지키기 위한 방어와, 상대방의 무관한 특허까지 모조리 무효화해 소송 비용으로 상대를 지치게 만드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전자는 정당한 법적 권리이고, 후자는 자금력의 비대칭을 무기로 삼는 전략입니다.

애플의 영업이익률이 40%에 달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 수치가 혁신만의 결과라면 반론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공급사를 경쟁시켜 단가를 극한까지 낮추고, 기술 기업의 선택지를 좁히고, 제품 가격은 높게 유지하는 구조가 그 안에 얼마나 기여하고 있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약: 소비자가 체감하는 애플의 편의성 뒤에는 자금력을 이용한 소송 전략과 공급사 압박 구조가 있으며, 이는 반독점 규제 당국이 주목하는 이유와 맞닿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셜로킹이 실제로 불법인가요?

A. 셜로킹 자체가 법적으로 명시된 위법 행위는 아닙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특허 침해, 비밀유지계약 위반, 영업비밀 탈취 등 개별 행위가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마시모나 발렌셀 사례처럼 특허 침해 소송까지 간 경우가 있는 반면, 증거 부족이나 소송 비용 부담으로 합의로 끝나는 경우도 많아 실태 파악이 쉽지 않습니다.

 

Q. 애플 반독점 소송, 결과가 어떻게 됐나요?

A. 미국 연방 법무부는 2024년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했습니다. 핵심은 아이폰 생태계가 경쟁사 앱·기기의 진입을 구조적으로 막는다는 것입니다. 소송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고, 판결이 나오더라도 실제 시장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Q. 애플 특허 무효화 소송, 중소기업이 버틸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A. 현실적으로 단독으로 버티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소송 한 건당 수억 원의 비용이 들고, 애플이 복수의 무효화 신청을 동시에 진행하면 중소기업은 자금이 소진됩니다. 일부 기업들은 특허 전문 소송 펀드(Patent Litigation Fund)를 활용하거나 집단 소송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합니다. 다만 이것도 일부 기업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Q. 이번 7조 원대 배상 판결이 애플에 실질적인 타격이 될까요?

A. 금액 자체는 크지만 애플의 연간 순이익이 100조 원대임을 감안하면 재무적 타격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만 이번 판결이 유사한 특허 분쟁에서 선례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반독점 소송과 맞물려 애플의 관행 전반에 대한 외부 감시가 강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영향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결론

제가 이번 내용을 보면서 가장 크게 남은 건 "소비자가 좋다고 느끼는 제품과 그 제품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전혀 다른 이야기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애플워치가 편하다는 경험은 사실입니다. 에어팟 연결이 매끄럽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어떤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힘을 써왔는지는 제품 박스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습니다.

기업의 성공을 매출이나 주가로만 보지 말고, 그 성공이 어떤 방식으로 축적됐는지를 같이 봐야 한다는 생각이 이번에 더 뚜렷해졌습니다. 애플만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고 단정하는 건 무리이지만, 적어도 시장에서 한 기업에 힘이 지나치게 집중될 때 어떤 일들이 생길 수 있는지는 이미 여러 사례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세계에 영원한 갑은 없다는 말이 실제로 어떤 의미인지, 앞으로의 판결과 규제 흐름이 보여줄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IQaZS8PSV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