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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짧은 거리를 걷다가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열기에 멈춰 선 적이 있었습니다. '더위가 이렇게까지 심했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 열기는 단순한 여름 날씨가 아니었습니다.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고, 빙하가 갈라지고, 고대 바이러스가 깨어나는 지금, 지구가 보내는 신호가 우리 일상 속 더위와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을 직접 겪어보니 더 실감하게 됩니다.



영구동토층이 녹는다는 게 왜 이렇게 무서운 일인가

제가 뉴스에서 처음 '영구동토층'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솔직히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시베리아 어딘가의 얼어붙은 땅 이야기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조금씩 들여다보니 이건 정말 다른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영구동토층(permafrost)이란 2년 이상 0도 이하로 얼어 있는 토양층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수천 년 동안 꽁꽁 언 채로 유기물과 가스를 가둬온 거대한 냉동 창고입니다. 최근 10년간 이 영구동토층의 평균 기온이 약 0.3도 상승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이것이 해당 지역에서는 수천 년 만에 처음 겪는 변화 속도입니다(출처: IPCC).

2020년 8월에는 빙하기 시대에 멸종한 아기 털코뿔소의 유해가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약 5,000년 동안 얼어 있었는데도 털과 치아를 포함한 신체 조직이 거의 온전한 상태였습니다. 처음에는 '신기한 발견'이라고만 여겼는데, 이 소식이 무서운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메타게놈 분석(metagenome analysis)을 통해 영구동토층 안에 엄청난 수의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여기서 메타게놈 분석이란 특정 환경에서 채취한 샘플 안의 모든 유전 정보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기술로, 어떤 미생물이나 바이러스가 숨어 있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 바이러스들의 숙주가 무엇인지는 아직 모두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부가 동물이나 인간을 감염시킬 능력을 가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입장입니다.

2016년에는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시베리아에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75년 전에 묻혔던 탄저균 포자가 방출되었고, 순록 수천 마리가 폐사했습니다. 탄저균에 감염된 사람도 나왔습니다. 제가 이 사건을 처음 알았을 때 느낀 건, '이건 SF 영화 이야기가 아니구나'였습니다.

  • 영구동토층 평균 기온 최근 10년간 약 0.3도 상승
  • 2020년 시베리아에서 5,000년 된 털코뿔소 유해 발견
  • 2016년 탄저균 포자 방출로 순록 대량 폐사 및 인명 피해 발생
  • 메타게놈 분석으로 다수의 고대 바이러스 존재 확인
요약: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단순히 땅이 무너지는 문제가 아니라, 수천 년간 봉인된 고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가 다시 활성화될 수 있다는 현실적 위협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1.5도가 티핑포인트인 이유, 숫자 뒤의 진짜 의미

제 집 온도계가 18도를 가리킬 때 1.5도가 올라가면 어떤 느낌일까요. 솔직히 거의 모릅니다. 그런데 지구 전체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의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이미 1.09도 높아졌고, 현재의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된다면 2040년 이전에 1.5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됩니다(출처: IPCC 제6차 평가보고서). 홀로세(Holocene), 즉 지난 1만 년간의 현재 간빙기 동안 지구 전체의 기온 변화가 1도 미만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불과 한 세기 안에 그 폭을 뛰어넘는다는 게 얼마나 이례적인 일인지 실감됩니다.

전문가들이 1.5도를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티핑포인트란 일정 임계점을 넘으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기 어려운 연쇄 변화가 시작되는 지점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되돌릴 수 없는 변화의 시작점'입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신경 쓰이는 건 메탄 문제입니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일부 지역이 습지화되고,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메탄 생성 박테리아가 늘어납니다. 메탄(CH₄)은 같은 시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잠재력이 32배나 높은 온실가스입니다. 대기 중에서 빨리 분해되긴 하지만, 지금처럼 대규모로 방출되기 시작하면 지구 온난화가 스스로 가속되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인간이 배출을 줄여도 자연 자체가 온난화를 밀어붙이게 되는 셈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내용을 접하면 '그래도 아직 1.5도를 안 넘었으니 괜찮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합니다. 그런데 1.5도는 즉각적인 종말이 아니라, 그 이후의 피해 규모와 회복 가능성이 급격히 달라지는 기준선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합니다. 이미 1.09도 상승한 지금도 가뭄, 홍수, 폭염, 산불의 빈도와 강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걸 일상에서도 체감하고 있으니까요.

요약: 1.5도 티핑포인트는 즉각적 재앙의 시작이 아니라, 그 이상 올라갈수록 되돌리기 어려운 연쇄 변화가 가속되는 임계선이며, 메탄 방출이라는 자기강화 고리가 핵심 위협입니다.

 

대멸종이라는 말,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제6차 대멸종(Sixth Mass Extinction)이라는 표현을 처음 들었을 때는 과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질학적 기록을 보면 지구상에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고, 그중 소행성 충돌로 공룡이 사라진 5번째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기후 변화가 핵심 원인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만들어내고 있는 변화의 속도와 규모가 과거 대멸종 당시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연구 결과가 쌓이고 있습니다.

빙하학자들의 보고를 보면, 14년 전 온전했던 빙하가 2018년 여름 폭염을 기점으로 갑자기 둘로 갈라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서서히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조각나버리는 방식으로 변화가 찾아온다는 게 제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후 변화는 선형이 아니라 불연속적으로 온다는 경고가 이미 현실이 되고 있는 겁니다.

다만 여기서 짚어두고 싶은 게 있습니다. 기후 위기를 다루는 논의 중에 모든 이상 기상 현상을 단일 원인으로 단정하거나, 영구동토층 바이러스가 곧 새로운 팬데믹을 불러올 것처럼 단언하는 방식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실제 감염 가능성은 바이러스의 병원성과 전파 경로를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하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위험을 강조하는 것과 확인되지 않은 위험을 기정사실로 전달하는 것은 다릅니다.

제가 더 주목하는 부분은 책임의 소재입니다. 냉방을 아끼고 전등을 끄는 개인의 노력은 분명 의미 있지만, 산업과 에너지 체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개인의 절약만으로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과 기업의 생산 방식이 함께 바뀌어야 하고, 동시에 시민들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대안도 마련되어야 합니다. 기후 위기를 막연한 공포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검증된 과학과 실질적인 정책 변화로 연결시키는 것이 지금 가장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약: 제6차 대멸종의 주요 원인은 기후 변화이며, 개인의 실천과 함께 에너지 정책·산업 규제의 구조적 전환이 병행되어야 실질적인 대응이 가능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진짜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나요?

A. 메타게놈 분석 결과 영구동토층 안에 다수의 고대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건 사실입니다. 2016년 탄저균 포자 방출처럼 실제로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있습니다. 다만 바이러스마다 병원성과 전파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위험하다'고 단언하기보다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가 필요한 단계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Q.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이 왜 그렇게 중요한 기준인가요?

A. 지난 1만 년 홀로세 동안 지구 전체 기온 변화가 1도 미만이었다는 점에서 1.5도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수치입니다. IPCC는 이 임계선을 넘으면 빙하 소실, 메탄 방출 증가, 극단적 기상 현상 심화 등 되돌리기 어려운 연쇄 변화가 가속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습니다.

 

Q. 메탄이 이산화탄소보다 더 위험하다고 하던데 왜 그런가요?

A. 메탄은 같은 시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보다 온난화 잠재력이 약 32배 높습니다.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보다 빠르게 분해되긴 하지만,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대규모로 방출되기 시작하면 인간의 배출 감축 노력과 무관하게 온난화가 자체적으로 가속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특히 위험합니다.

 

Q. 제6차 대멸종이라는 말, 너무 과장된 표현 아닌가요?

A.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질학적 기록에서 다섯 번의 대멸종 중 네 번이 기후 변화와 직접 연관되어 있고, 현재 종 소실 속도가 과거 대멸종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는 연구들이 축적되면서 과학계에서는 이미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이 됐습니다. 과장이 아닌 경고로 받아들이는 편이 맞습니다.

 

결론

올여름 도로 위 열기를 맞으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그냥 더운 여름인지, 아니면 지구가 보내는 신호인지. 제 경험상 기후 위기는 먼 나라 과학자들의 보고서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출근길 날씨 앱을 열고, 폭염 특보를 확인하고, 에어컨을 켜는 일상 속에 이미 들어와 있습니다.

1.5도 티핑포인트를 넘으면 즉시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넘어갈수록 빙하 소실, 메탄 방출, 영구동토층 붕괴 같은 되돌리기 어려운 변화들이 겹치면서 피해 규모가 달라집니다. 막연한 종말론이 아니라, 지금부터 얼마나 줄이고 대비하느냐가 미래의 피해 규모를 결정하는 문제입니다. 개인의 실천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착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너지 정책과 산업 구조의 변화, 그리고 그것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함께 가야 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z_JoWRKA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