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올해 7월까지 청약통장 순감 규모가 이미 지난해 한 해 전체를 넘어섰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놀랐습니다. 저도 청약통장을 유지하면서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라고 막연히 믿어왔는데, 그 믿음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서 흔들리고 있는지 숫자로 확인한 셈이었으니까요.
분양가 상승과 대출 규제, 당첨돼도 살 수 없는 구조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2020년 평당 2,000만 원대 후반에서 2024년 4,400만 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출처: 국토교통부). 불과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오른 수치입니다. 제가 직접 분양가를 계산해 봤을 때, 전용 84㎡ 기준으로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차례로 따져보니 당첨이라는 게 마냥 기쁜 소식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문제는 높아진 분양가만이 아닙니다. 주택담보대출(LTV·DSR) 규제가 겹치면서 상황이 더 복잡해졌습니다. 여기서 LTV란 주택 가격 대비 대출 가능 금액의 비율을 의미하고, DSR은 연간 소득 대비 전체 대출 원리금 상환 비율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집값이 올라도 빌릴 수 있는 돈의 상한선은 정해져 있다는 뜻입니다. 수도권과 규제 지역에서는 주담대를 최대 6억 원까지만 받을 수 있어, 20억 원에 육박하는 분양가를 감당하려면 나머지 금액을 온전히 자기 자본으로 채워야 합니다. 사회초년생이나 청년층에게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조건입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민간 아파트의 경우, 예전에는 10억 원 안팎이면 거래되던 단지가 지금은 20억 원에 가까워졌습니다. 청약에서 말하는 시세 차익, 즉 분양가와 주변 시세의 차이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예전에는 청약 당첨 소식이 들리면 '로또 맞은 것처럼 좋은 일'이라는 반응이 자연스러웠는데, 요즘은 주변에서 '당첨되면 그 돈 어떻게 마련해?'라는 말이 먼저 나옵니다.
- 서울 평당 분양가: 2020년 2,000만 원대 후반 → 2024년 4,400만 원 초과
-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 한도: 최대 6억 원
- 분양가 상한제 미적용 단지: 10억 원대에서 20억 원 수준으로 상승
- 대출 규제(LTV·DSR) 강화로 자기 자본 부담 급증
가점 인플레이션과 주택도시기금, 청약통장 해지가 남기는 것
2023년 서울 분양 아파트 평균 청약 당첨 가점은 65.81점으로,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2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청약홈(한국부동산원)). 이른바 가점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가점 인플레이션이란 인기 지역의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첨자들의 평균 가점이 계속 높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만점에 가까운 점수가 아니면 사실상 당첨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입니다.
청약 가점제는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 세 가지 항목으로 점수를 산정합니다. 문제는 젊은 1인 가구나 미혼 청년의 경우 부양가족 점수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입니다. 제가 직접 가점을 계산해 봤는데, 무주택 기간과 통장 가입 기간을 꽉 채워도 부양가족 항목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결혼을 하고 자녀가 있어야 유리한 구조이다 보니,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아이가 없는 분들은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지방의 상황은 또 다릅니다. 미분양과 청약 미달이 늘어나면서 청약통장 없이도 신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수도권에서는 당첨이 어렵고, 지방에서는 통장 자체가 필요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청약통장 해지가 단순히 개인의 선택으로 끝나는 문제일까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청약통장 납입금은 주택도시기금의 핵심 재원입니다. 주택도시기금이란 서민을 위한 디딤돌 대출·버팀목 대출 같은 정책 금융과 공공임대주택 공급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정부 기금입니다. 가입자가 이탈하고 예금액이 줄어들면 이 정책 대출들의 재원이 함께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결국 청약통장 해지 급증은 개인의 선택인 동시에, 서민 주거 정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신호로 읽어야 합니다.
청약통장을 해지한 자금이 해외 주식 ETF 같은 투자 상품으로 흘러가는 흐름도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ETF란 특정 지수나 자산을 추종하는 펀드를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금융 상품입니다. 매달 25만~30만 원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청약이 '불확실한 로또'처럼 느껴지고, 장기 투자 수익이 더 확실하다고 판단하는 것이죠. 이 판단이 틀렸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청약통장은 수익률만을 위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주택을 마련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유지하는 성격이 있다는 점은 함께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청약통장 지금 해지해도 될까요?
A. 해지 여부는 본인의 자금 상황과 거주 희망 지역에 따라 달라집니다. 수도권 청약을 여전히 목표로 한다면 통장을 유지하되, 지방 거주자이거나 분양가를 감당할 자본이 부족하다면 유지의 실익을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지 후 재가입 시 기존 납입 기간이 리셋되므로, 가입 기간이 긴 경우라면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청약 가점 낮으면 당첨 자체가 불가능한가요?
A. 가점이 낮더라도 완전히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일부 소형 평수(전용 60㎡ 이하)는 추첨제 물량을 최대 60%까지 배정하는 지역이 있어 가점과 무관하게 도전할 수 있습니다. 신혼 특별공급이나 미혼 청년 특별공급도 가점제가 아닌 별도 심사로 운영되므로, 해당 조건에 맞는다면 이쪽을 먼저 살펴보는 게 현실적입니다.
Q. 청약통장 해지하면 주택도시기금 대출도 못 받나요?
A. 디딤돌 대출이나 버팀목 대출 같은 주택도시기금 정책 대출은 청약통장 보유 여부와 직접 연동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청약통장 가입 기간이 대출 우대 조건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어, 해지 전에 해당 조건을 먼저 확인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Q. 청약통장 이자율은 지금 어느 정도인가요?
A. 정부는 청약통장 이탈을 막기 위해 소득공제 한도와 금리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다만 금리 조건은 납입 기간과 금액에 따라 달라지며, 시중 적금 상품과 비교했을 때 경쟁력이 크게 높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금리 혜택만을 목적으로 유지하는 것보다는 청약 기회 자체에 가치를 두는 경우에 유리한 상품입니다.
결론
청약통장 해지가 늘어나는 현상을 두고 '요즘 청년들이 집 마련을 포기해서'라고 단순하게 읽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해석이 핵심을 비껴간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이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건 내 집 마련 자체를 포기해서가 아니라, 청약이라는 경로가 현실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분양가 상한제, 가점 인플레이션, 대출 규제라는 세 가지 벽이 동시에 높아진 상황에서 청약통장 하나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믿음이 흔들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입니다. 정부가 금리와 소득공제 혜택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당첨된 사람이 실제로 그 집을 살 수 있는 자금 조달 구조, 그리고 가점이 낮은 청년도 현실적으로 도전할 수 있는 추첨제 물량 확대가 함께 이루어져야 사람들이 다시 청약통장을 '기회'로 인식하게 될 것입니다. 청약통장 해지 급증은 결국 지금 사람들이 집을 사기 얼마나 어려운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