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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지지율이 떨어지면 정치인이 조용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미국 중간선거 국면을 살펴보면서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7%까지 내려앉은 상황에서도 공화당 후보들이 정작 곤란해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영향력이 줄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강하게 남아있어서 선거 전략이 꼬이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레임덕이 오는데, 왜 공화당은 더 불편할까
이번 자료를 검토하면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본 장면이 있습니다. 텍사스 주지사 그렉 애벗이 트럼프 대통령의 유세 현장에 아예 나타나지 않은 일입니다. 낙선 위험도 없는 현직 주지사가 굳이 일정을 핑계로 자리를 피한 거죠. 이게 단순한 결례가 아니라 공화당 내부의 레임덕(lame-duck) 신호라고 저는 읽었습니다. 레임덕이란 임기 말 권력 약화 현상을 뜻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지지율 숫자보다 이런 행동 변화입니다.
실버 블레틴(Silver Bulletin)의 데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당시 50% 초반에서 현재 37%까지 하락했습니다(출처: Silver Bulletin). 이 수치가 얼마나 심각한지 감이 안 올 수 있는데, 2024년 대선 TV토론 직후 바이든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정확히 37%였습니다. 당시 바이든은 토론에서 사실상 무너진 모습을 보였고, 그 충격으로 결국 후보직을 내려놓았습니다. 그 수준과 지금 트럼프의 지지율이 같다는 겁니다.
그런데 공화당의 딜레마(dilemma)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딜레마란 두 가지 선택지 모두 불리한 상황을 가리키는데, 투표율을 끌어올리려면 트럼프를 전면에 내세워야 하고, 트럼프를 내세우면 중도층이 달아납니다. 반대로 트럼프를 숨기면 마가(MAGA)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오질 않습니다. 폭스뉴스가 이번 유세를 단 한 번도 생중계하지 않은 것도 이 딜레마의 연장선이라고 저는 봅니다.
메인주 공화당 상원 의원 수전 콜린스는 오히려 이 딜레마를 역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씁니다. 그의 선거 운동 핵심 메시지는 "제가 상원에 있어야 트럼프의 폭주를 막을 수 있다"입니다. 트럼프와 같은 당 소속이면서도 트럼프를 제어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포지셔닝이죠.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내가 메인주 가서 지원 유세 해줄게"라고 했을 때 공개적으로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렇게 현역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거절하는 건 보통 용기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또 플로리다의 연방 하원의원 후보 마리아 엘비라 살라자르는 TV 광고에서 직접 얼굴을 내걸고 트럼프의 이민 단속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선거구 인구의 3분의 1이 히스패닉계라는 현실적 이유가 있었지만, 이민자 단속 기관인 아이스(ICE)의 무차별 단속 방식을 공화당 후보가 TV에서 비판하는 장면은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아이스(ICE)란 미국 이민세관집행국(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으로, 불법 이민자 단속을 전담하는 연방 기관입니다.
트럼프가 캔자스처럼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진 이유 중 하나는 에너지 비용 문제입니다. 이란과의 군사 충돌 이후 디젤 가격이 갤런당 3.4달러에서 6달러 후반으로 거의 두 배 뛰었습니다. 농업 중심 지역에서 디젤이 비싸지면 수확과 내년 파종 준비에 직접 타격이 옵니다. 정치적 수사가 아닌, 연료통을 채울 때 숫자로 체감하는 불만이 선거에서 어떤 힘을 발휘하는지 이번 사례가 보여줍니다.
- 트럼프 국정 지지율 37% — 바이든 토론 직후 최저점과 동일한 수준
- 폭스뉴스, 이번 중간선거 기간 트럼프 유세 생중계 전무
- 텍사스·캔자스·노스캐롤라이나 등 전통 공화당 강세 지역이 경합지로 전환
- 공화당 후보들의 거리두기 전략 — 불참·공개 비판·오지 말 것 요청
AI 드라이브는 유지될까, 데이터센터 민심은 왜 돌아섰나
제가 이번 자료에서 가장 예상 밖이었던 대목은 AI 산업 얘기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AI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밀어붙이고 있는데, 정작 데이터센터 유치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가 됐다는 겁니다. 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는 사실 자체를 "비리인 것처럼" 공격하는 광고가 실제로 나온 겁니다.
이게 왜 그렇게 됐을까요?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합니다. 지역 전력망과 용수 인프라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고용 창출 효과는 기대보다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AI 자동화(automation)로 인한 고용 불안은 갈수록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옵니다. 자동화란 기계나 소프트웨어가 인간의 업무를 대체하는 과정인데, 생산성이 올라도 그 이익이 특정 계층에 집중된다는 인식이 퍼지면 저항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의 성장률 데이터를 보면 AI 관련 투자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성장 동력이 별로 없는 구조입니다(출처: 미국 경제분석국(BEA)).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AI 투자를 계속 늘릴 강력한 유인이 있습니다. 그런데 연방 정부가 "이 지역에 데이터센터 지어라"라고 명령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데이터센터 부지 선정과 인허가는 지방정부(지자체) 권한이고, 지역 여론이 나빠지면 사업 추진 자체가 막힙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식의 구조적 충돌이 생기면 정책은 의지만으로 관철되지 않습니다. 중간선거 이후에 어느 당이 의회를 장악하든, AI 규제(regulation) 강화 여부와 무관하게 데이터센터 건설은 이전보다 훨씬 어려운 정치적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규제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특정 산업의 활동에 제한이나 조건을 부여하는 법적 장치를 말합니다.
공화당이 의회를 지킨다고 해도 "AI 드라이브를 이전보다 세게 밀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저도 회의적입니다. 민주당이 압승하면 AI 개발과 데이터센터에 더 강한 연방 차원의 규제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고, 공화당이 지키더라도 지역 여론이 이미 냉각됐기 때문입니다. 결국 AI 산업의 속도는 기술력과 자본력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수용 여부에 더 크게 좌우될 수도 있습니다.
상원 다수당이 누가 되느냐는 AI 문제와 또 다른 방식으로 연결됩니다. 상원은 대법관 인준권(confirmation)을 갖고 있습니다. 인준권이란 대통령이 지명한 고위 공직자를 상원이 승인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합니다. 트럼프 임기 내에 고령의 보수 성향 대법관 두 명이 퇴임할 가능성이 있는데, 상원을 민주당이 가져가면 후임 지명을 막을 수 있고, 공화당이 유지하면 향후 20~30년간 미국 대법원의 보수 우위 구도가 굳어질 수 있습니다. AI 관련 소송과 규제 판단이 결국 대법원으로 올라간다는 점에서 이 구도는 기술 산업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트럼프 레임덕이 실제로 오면 공화당은 어떻게 되나요?
A. 공화당 내부에 두 개의 흐름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트럼프가 끌어온 마가(MAGA) 세력과, 존 콘인·탐 틸리스 같은 전통적 공화당 중진들 사이의 노선 싸움이 본격화될 수 있습니다. 트럼프는 당내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낙마시키는 힘은 여전하지만, 그 후보를 본선에서 당선시키는 힘은 이미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Q. 민주당이 상원까지 이기면 트럼프를 탄핵할 수 있나요?
A. 탄핵 소추는 하원 과반이면 되지만, 실제 파면은 상원 참석 의원의 3분의 2 찬성이 필요합니다. 트럼프 1기 때도 두 차례 탄핵 소추가 있었지만 상원에서 모두 부결됐습니다. 민주당이 상원을 이기더라도 3분의 2를 채우기는 어렵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트럼프 대신 헤그세스 국방장관 같은 각료를 탄핵 타겟으로 삼는 우회 전략을 쓸 가능성이 더 높습니다.
Q. 데이터센터 유치가 왜 선거에서 공격 소재가 됐나요?
A. 데이터센터는 전력과 용수를 대규모로 소비하면서도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보다 적습니다. 여기에 AI 자동화로 인한 고용 불안 심리가 겹치면서 "AI 투자 = 내 일자리 위협"이라는 인식이 퍼진 것으로 보입니다. 연방 정부가 AI 육성을 외쳐도 실제 인허가 권한은 지방정부에 있기 때문에, 지역 여론이 냉각된 현 상황에서는 사업 속도 자체가 느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Q. 이란 전쟁이 중간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나요?
A. 직접적인 전장 이슈보다 에너지 가격 경로로 영향이 훨씬 큽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부분 회복되면서 원유 공급은 숨통이 트였지만, 디젤 가격은 전쟁 전의 두 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농업 지역에서는 수확철 연료비와 난방비 부담이 동시에 올라, 정치적 불만이 가장 빠르게 축적되는 곳이 캔자스·아이오와 같은 공화당 텃밭이라는 점이 역설적입니다.
결론
이번 자료를 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이겁니다. 정치적 승리를 외치는 것과 국민이 실제로 감당하는 비용을 투명하게 설명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점입니다. 유가가 두 배 오르고 농산물 수출이 막히고 AI 투자가 지역 인프라에 부담을 줄 때, 그 비용을 먼저 체감하는 건 정치인이 아니라 주유소와 농장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중간선거 이후 어느 당이 의회를 가져가든, 제가 주목하는 건 권력 견제 구조가 실제로 작동하느냐입니다. 상원 인준권, 대법관 구성, 지방정부의 AI 인허가 권한 — 이 세 가지가 앞으로 2~3년간 미국 정치와 산업 환경을 결정할 실질적 변수라고 봅니다. 지지율 그래프보다 이쪽을 계속 들여다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