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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대폭락의 시작인가…외국인이 보고 있는 2028년의 지옥 (외국인 매도, 업황 사이클, 주주환원)
hundred-100 2026. 10. 17. 13:38
실적이 좋으면 주가도 오른다는 말,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가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발표하던 날, 주가는 오히려 빠졌습니다. 그 장면을 처음 목격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코스피가 4~5% 급락하고 외국인이 장 초반 한 시간도 안 돼 5천억 원 넘게 순매도하는 상황을 보면서, 시장이 기업 실적과 전혀 다른 논리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됐습니다.
외국인이 파는 진짜 이유 — 실적보다 사이클이 먼저다
일반적으로 외국인이 팔면 뭔가 악재가 터진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수급 데이터를 챙겨보면서 느낀 건 달랐습니다. 어제 2조 원, 오늘 또 5천억. 이게 단순히 나쁜 뉴스 하나에 반응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외국인 매도의 핵심 배경 중 하나는 메모리 업황 사이클(Memory Industry Cycle)에 대한 의심입니다. 여기서 메모리 업황 사이클이란 D램·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과 수요가 주기적으로 넘치고 부족해지는 패턴을 말합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가격이 급격히 떨어지고 기업 실적이 무너지는 구조입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지금의 호황이 정점(Peak Out)을 지났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인 겁니다.
실제로 중국의 CXMT가 고단(High Stack) 방식으로 D램 공급을 늘리려 한다는 소식이 나올 때마다 국내 반도체주는 어김없이 흔들렸습니다. 고단 적층이란 회로 선폭을 좁히는 대신 위로 층층이 쌓아 밀도를 높이는 기술로, ASML의 EUV 장비 없이도 구현하려는 방식입니다. 제가 봤을 때 수율(Yield Rate) 문제가 걸립니다. 수율이란 생산된 전체 칩 중에서 정상 작동하는 비율을 뜻하는데, 이 수치가 낮으면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원가 경쟁력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시장은 이 기술적 불확실성을 '위협 가능성'으로 읽고 매도 빌미로 삼습니다.
여기에 더해 글로벌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이 수급적으로 한국 반도체를 줄이고 대만 TSMC로 자금을 옮기는 흐름도 있습니다. TSMC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중심 구조라 메모리처럼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습니다. 실적 진폭이 작다 보니 장기 펀드 입장에서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보이는 겁니다(출처: TSMC Investor Relations).
결국 외국인이 지금 파는 건 한국 반도체가 나쁜 회사가 돼서가 아닙니다. 상반기에 너무 많이 올랐고, 2028년 이후 공급 증가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포트폴리오를 정리하는 것입니다. PER(주가수익비율)이 3~4배대까지 내려왔다는 사실만으로 외국인 자금이 돌아오지는 않는다는 걸 이번에 다시 확인했습니다.
- 외국인 순매도 규모: 장 초반 1시간 내 5천억 원 이상, 전일 대비 2조 원 추가 매도
- CXMT 고단 적층 기술 우려가 마이크론·SK하이닉스 동반 하락의 표면적 빌미로 작용
- 대만 TSMC로의 자금 이동 — 실적 변동성이 낮은 파운드리 구조 선호
- 2028년 공급 증가 시점에 대한 컨센서스 미형성이 근본 불안 요인
주주환원이 주가를 못 올리는 이유 — 버티는 것도 전략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합산 수백조 원의 주주환원을 예고했습니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 배당 확대까지 포함하면 전 세계 어느 기업과 비교해도 역대급 규모입니다. 제가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올해 두 회사의 잉여현금흐름(FCF) 예상치를 합치면 하루 1조 원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주가는 빠집니다. 처음엔 이게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EPS(주당순이익)의 개념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EPS란 기업의 순이익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값으로, 주주 한 명당 돌아오는 이익을 나타냅니다.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면 분모인 주식 수가 줄어들어 같은 이익에서도 EPS가 올라갑니다. 애플이 2013년부터 이 방식으로 주가를 15배 이상 올린 대표 사례입니다(출처: Apple Investor Relations). 원리 자체는 맞습니다.
그런데 시장은 지금 이 논리를 믿지 않습니다. 정확히는 "사이클이 꺾이면 그 주주환원을 지속할 수 있냐"는 의심입니다. 업황이 나빠지면 FCF가 줄고, 주주환원도 같이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내년까지의 수주 물량을 HBM(고대역폭메모리) 중심으로 채워두고 있고, 빅테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 감소 신호도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AMD CEO가 언급했듯이 GPU 컴퓨팅 수요는 여전히 공급을 초과하는 상태입니다.
솔리다임 상장 이슈도 제 눈에는 걸립니다. SK하이닉스의 낸드 자회사인 솔리다임을 미국 시장에 상장하겠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또 다른 중복 상장 아니냐는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 가치 희석 우려가 생기는 거죠. 이런 요인들이 겹쳐서 정당한 주주환원 정책에도 할인율이 붙는 상황입니다.
결국 지금 국면은 펀더멘털이 무너진 게 아니라 신뢰가 재정립되는 과정입니다. 10월 말 SK하이닉스 실적 발표, 이어지는 빅테크 어닝 시즌,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단기 이벤트가 줄지어 있습니다. 이 이벤트들을 거치면서 2028년 업황에 대한 시장 컨센서스가 형성되는지 여부가 주가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봅니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종목들이 오늘 낙폭을 방어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는데, 반도체 산업 자체가 끝났다면 소부장도 같이 무너졌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는 신호로 저는 읽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반도체 주가 급락했을 때 무조건 매수하면 안 되나요?
A. 일반적으로 급락이 오면 저가 매수 기회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주가가 낮아졌어도 미래 이익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다면 현재 가격도 비쌀 수 있습니다. 특히 사이클 산업인 반도체는 PER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매수하기보다, 업황 방향성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적 발표 시즌을 기다리며 근거를 점검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입니다.
Q. 외국인이 계속 팔면 개인이 버틸 수 있나요?
A. 외국인 순매도 자체는 주가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외국인 매도가 기업 경쟁력이 무너진 신호인지, 포트폴리오 재조정 과정인지를 구분하는 게 먼저입니다. 업황 펀더멘털이 유지되고 있다면 버티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만 개인의 자금 여유와 손실 감내 능력을 우선 점검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Q. CXMT가 진짜로 삼성·하이닉스 위협이 될 수 있나요?
A. 제가 보기에 CXMT의 고단 적층 기술은 아직 수율이 검증되지 않은 단계입니다. EUV 장비 없이 선폭을 좁히는 방식 대신 위로 쌓는 방식을 택했는데, 양산 환경에서 원가 경쟁력이 나올지는 연말 이후 실적 데이터를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시장이 우려를 선반영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위협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소음에 가깝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Q. 주주환원을 많이 하면 주가가 오르는 게 맞지 않나요?
A. 원리적으로는 맞습니다. 자사주 소각이 EPS를 높이고 주주가치를 개선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지금 그 주주환원이 지속 가능한지를 먼저 봅니다. 사이클이 꺾이면 잉여현금흐름이 줄고 주주환원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으면, 아무리 큰 규모를 발표해도 주가 반영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결론
지금 국내 반도체 주가 급락을 보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무조건적인 낙관도, 공포에 따른 투매도 지금 국면에서는 맞지 않습니다. 기업 펀더멘털이 무너진 것과 시장의 기대가 재조정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현재까지 나온 데이터는 메모리 업황의 방향이 꺾였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건 10월 말 SK하이닉스 실적 발표와 빅테크 어닝 시즌입니다. 여기서 2028년 이후 수요에 대한 가이던스가 어떻게 나오느냐가 시장 컨센서스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봅니다. 투자 근거가 여전히 유효한지 그 시점에 다시 한번 점검할 생각입니다. 좋은 기업을 찾는 것과 좋은 가격에 사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사실, 이번 급락장이 다시 한번 가르쳐줬습니다.

